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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이상한 학교가 문을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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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이 땅을 사서 교사를 지었다. 교실도 강당도 도서실도 운동장도 만든 다음 교장실을 아주
크게 만들었다. 그런 다음 개교식을 갖고 나에게 교장으로 와 달라고 깜짝 통고를 하였다. 학교 이름도
노골적으로 내 이름을 따서 김선주학교라고 했다. 2007년 6월 22일에 일어난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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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환갑을 맞은 나에게 후배들이 무슨 선물을 할까 무슨 깜짝 이벤트를 벌일까 오랫동안 모의를
한 것 같다. 환갑이라는 말을 할 때마다 내가 경기를 일으키고 도망을 다녔기 때문에 잔치를 벌일
수는 없었다. 게다가 별명이 <에너자이저>일 만큼 힘이 넘치는 사람이 집에서 하루 세
끼 밥하고 김치 담그고 빨래하고 지리산으로 안나푸르나로 산에 미쳐 돌아만 다니는 것을 후배들은 못마땅해
했다. 앞으로 안데스도 에베레스트도 간다고 근력운동과 지구력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궁리해
낸 것이 인터넷에 내 이름을 딴 학교를 만들어 놓고 붙들어 앉히자는 것이었던 모양이다. 명색이 환갑
선물이라지만 나를 체포해 구속시킨 것이다. 그래서 학교가 세워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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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주학교라는 말이 처음 쓰여진 것은 10여년 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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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영상자료원장으로 있는 조선희씨는 나와 한겨레신문에서 한솥밥을 오래 먹었다. 그가 책을
내면서 인생에서 많은 것을 김선주학교에서 배웠다는 표현을 썼다. 단지 수사학적인 표현일 뿐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자기 위의 데스크이자 언론계 선배이고 또한 인생 선배로서 두루 조언을
해주었던 나에 대한 고마움과 애정을 덧붙인 헌사라고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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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사는 격무인데다가 생존하기 위해 가슴이 졸아드는 경쟁을 해야 하는 곳이다. 특히 여자 기자들에겐
결혼과 일의 양립이, 가사와 육아문제가, 시집과의 관계라는 문제가 풀 수 없는 수수께끼처럼 얽혀있다.
남성들 위주로 학연 지연으로 미묘하게 인맥이 구축되어 있는 조직이 언론사다. 인사상의 소외 같은
것도 여자들을 좌절하게 만들었다. 때로는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 정직한 것이 아닐까 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을 겪으면서 여자후배들이 나에게 찾아와 이것 저것 의논을 하였다. 남자상사들에게는
절대로 이야기 할 수도 없고 이야기를 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이었다. 남자후배들도 하나 둘 나를
찾았다. 일과 진로, 부부관계에 대한 고민도 토로했다. 그들이 겪고 있는 고민은 모두 나의 고민이었었다.
그래서 진심으로 카운슬러노릇을 했다. 그들은 나를 거울 삼아서 혹은 반면교사 삼아서 각기 자기 나름대로
길을 찾았다. 밖으로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른 언론사나 전문 직종에 속하는 후배들이 나를 찾아오는
일이 생겼고 그들은 그것을 교장선생님 만나러 간다 혹은 학교간다는 말로 표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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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주학교의 탄생 배경은 바로 이런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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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직 이 학교의 학생이 몇 명인지 누가 학생인지 알지를 못한다. 학생을 모집한 적도 없고
출석을 부른 적도 없다. 누군가가 편입생이에요 보결생이에요 전학왔어요 그런 말을 하면 그러려니 했을
뿐이다. 교칙도 없고 교무회의도 없고 입학식도 졸업식도 없다. 출석부가 없으니까 누가 학교를 다니는
지도 모른다. 내가 한 일은 오로지 학생이라고 나를 찾아오면 지지고무격려찬양 해준 것 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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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인터넷에 땅을 사서 집을 짓고 학교를 만들어 놓았다고 해서 교장으로서 내가 할 일이 다르지는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학교에 들어와서 공부하고 놀고 떠들다가 재미없으면 그만두면 된다. 출석을
부르지도 않고 공부 못한다고, 떠든다고, 내쫓지도 않는다. 오락시간에만 흥미가 있으면 그곳에만 출석해도
되고 떠드는 것이 싫으면 교실에 들어가 학업에만 힘쓰면 되고 강당이 필요하면 그곳에서 집회를 가지면
된다. 도서실에 쳐박혀서 책만 읽어도 된다. 교칙을 만들고 싶으면 교칙을 만들고 반장을 뽑거나 학급을
편성하는 것도 모두 알아서 하면 된다. 특별활동실을 만들어도 되고 서클활동을 해도 된다.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질 지는 나는 정말 모른다. 어떤 성격의 글들이 여기에 올라올 지 어떤 활동이 벌어질
지 알 길이 없다. 나는 오로지 지지고무격려찬양만 해줄 생각이다. |